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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확실한 행복, 나의 베란다 농장 이야기

careerhigh2 2025. 10. 13. 07:13

아침마다 커튼을 걷고 베란다로 나가는 것이 내 하루의 첫 시작이다. 작은 플라스틱 화분과 재활용 용기로 가득한 베란다에는 상추, 고추, 바질, 쪽파, 그리고 아직 싹을 틔우지 않은 무씨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제각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누가 보면 겨우 한 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나에겐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충만한 농장이다.

이 작은 베란다에서 흙을 만지고, 물을 주고,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은 내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선물한다. 사람마다 행복의 모양은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베란다 농장과 함께하는 삶은 정서적 안정감과 일상의 만족, 그리고 자연과의 연결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고요한 기쁨의 공간이다.

이 글은 내가 어떻게 베란다를 작은 농장으로 바꾸었고, 그 안에서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지를 정리한 이야기다. 도시 속 바쁜 일상에서도 자연을 품고 싶었던 누군가에게 작지만 단단한 영감이 되기를 바란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나의 베란다 농장 이야기


한 평에서 시작된 ‘나만의 농장’

시작은 그저 상추 씨앗 한 봉지였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직접 뭔가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우유팩에 흙을 담아 상추 씨앗을 심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 단순한 시작이 내 생활을 완전히 바꿔놓을 줄은 몰랐다.

씨앗을 심고, 매일 물을 주고, 싹이 나기를 기다리는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삶의 속도가 천천히 조정되는 느낌을 받았다. 늘 빨리빨리 돌아가던 생활 속에서 유일하게 급할 수 없는 시간이 바로 이 베란다였다.

상추가 자라는 데엔 시간이 필요했고, 기다림은 나를 느긋하게 만들었다.

점점 식물의 수가 늘어나면서 베란다 한쪽은 자연스럽게 농장처럼 변해갔다.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해 심은 고추와 바질, 식탁에서 자른 쪽파를 다시 심어 자라게 한 재생 채소들, 흙과 커피 찌꺼기, 계란껍질로 만든 퇴비까지—이 모든 것이 도시 한복판에서도 자연과 연결된 삶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베란다 농장에서 얻은 일상의 리듬과 위로

이 농장이 내게 준 것은 채소뿐만이 아니었다. 가장 큰 선물은 ‘하루의 리듬’이었다.
출근 전에 물을 주고, 퇴근 후 자란 잎을 확인하는 짧은 루틴이 내 일상에 안정감을 더해주었다. 일이 많아 지쳐도, 베란다 문을 열고 초록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은 잠시 고요해졌다.

특히, 식물들이 자라는 모습은 조급한 내 마음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성취하고, 끊임없이 앞서 나가야 한다고 느끼던 일상 속에서, 자라는 상추 한 잎이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또한, 이 작은 공간은 내 감정의 온도를 조절해주는 역할도 해주었다.
답답할 땐 식물 사이로 손을 넣어 흙을 만지고, 기분이 가라앉을 땐 향이 좋은 바질 잎을 살짝 비벼 향을 맡는다. 이 모든 행위는 짧지만 확실한 정서적 회복이었다.


자급자족의 기쁨과 작물 수확의 만족감

베란다 농장의 묘미는 수확의 기쁨이다. 직접 기른 상추로 삼겹살을 싸 먹고, 고추 몇 개를 된장에 찍어 반찬으로 먹을 때의 만족감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감정이다.
양이 많지는 않아도, 그 안엔 내 시간과 정성이 들어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특히, 재생 채소는 식비 절약에도 효과적이었다.
- 쪽파 뿌리를 물에 담갔다가 흙에 심어 반복 수확
- 마늘 싹을 키워 향긋한 마늘쫑처럼 사용
- 시든 상추는 퇴비화해 다시 흙으로

이런 과정을 통해 ‘버릴 것’이 없다는 감각도 생겼다. 그것은 자연의 순환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 끼에 사용할 채소를 베란다에서 바로 따는 일상은 작지만 강한 만족을 준다.
“마트 가지 않아도 된다”는 자립심과 함께, 내가 내 삶을 조금씩 책임질 수 있다는 기분은 이 도시 생활에서 점점 더 중요한 감정이 되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한 작은 실천

누군가에게 이 베란다는 단지 식물이 몇 개 놓인 공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이곳은 매일의 감정을 다듬고, 삶의 중심을 다시 세우는 공간이다.
슬프고 복잡한 일이 있어도, 베란다 문을 열면 내가 ‘돌보고 있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다시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행복은 거창한 성취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매일 조금씩 자라는 잎을 보는 것,
하루 한 번 흙을 만지는 것,
직접 키운 채소로 소박한 밥상을 차리는 것.
그런 소소한 실천 속에서 나는 진짜로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 베란다 농장 이야기는 단순한 원예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선택한 삶의 방식에 대한 기록이다.


마무리하며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건 새로운 물건이 아니라, 이미 가진 공간에서 의미를 찾는 시도일지도 모른다.
내게 그 시작은 베란다였고, 지금은 나만의 농장이 되었다.

당신도 작은 화분 하나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그 하나가 어느새 작은 정원이 되고,
그 정원이 당신 삶의 리듬을 바꿔줄지도 모른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당신의 베란다에도 피어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