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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자급자족이 단순한 유행이 아닌 이유

careerhigh2 2025. 10. 12. 00:10

자급자족이라는 단어는 한때 '힐링', '시골살이', '주말농장' 같은 키워드와 함께 유행처럼 소비되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자급자족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새로운 생존방식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고물가, 기후위기, 공급망 불안정 등 현실적인 요소들이 겹치면서, 단순히 '멋진 삶'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을 실현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형 자급자족은 한국만의 주거 구조, 사회 문화, 식생활에 맞게 변형된 형태로 진화해왔고, 이 흐름은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응 방식으로 읽혀야 한다.
이 글에서는 한국에서 자급자족이 왜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형 자급자족이 단순한 유행이 아닌 이유


도시 중심의 한국형 자급자족, 공간을 재정의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급자족이라고 하면 드넓은 밭과 시골집을 떠올리지만, 한국에서는 아파트 베란다, 옥상, 주말주택이 자급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는 '이사를 가지 않고도 자급자족적인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상추, 쪽파, 바질 같은 채소를 키우는 '도시형 텃밭'이 보편화되었고, 유튜브와 SNS를 통해 그 노하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형 자급자족은 공간의 한계를 창의적으로 극복하는 데에서 진화하고 있다. 좁은 베란다에 수직 화분을 설치하거나, 재활용 용기를 활용해 퇴비를 만드는 방식 등은 고도로 발달한 도시 구조 안에서 자급자족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자급'이 중요해지면서, 공간의 크기보다 삶의 방향성이 더 중시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식재료 가격 상승과 소비 불신이 만든 자급 니즈

2022년 이후 한국은 반복적인 식재료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을 경험해왔다. 상추 한 단 가격이 4,000원을 넘기고, 달걀 한 판이 금값이 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식탁의 불안을 직접 체감했다. 동시에 가공식품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식품 첨가물, 원산지 조작, 유통기한 연장 등 이슈가 잦아지며, '믿을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자급자족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삶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다시 조명되었다. 내가 직접 키우고, 내가 직접 만든 것을 먹는다는 것은 단지 건강을 챙기는 수준이 아니라, 생활의 주도권을 되찾는 행동이기도 했다. 베란다에서 자란 고추 한 포기, 직접 만든 된장 한 통이 주는 만족감은 마트에서 아무리 고급 식재료를 사더라도 얻기 어려운 신뢰와 성취감을 동반한다.


자급자족은 정서적 자립과 연결된다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와 경쟁 중심의 문화가 강하다. 학업, 취업, 승진, 부동산까지 모든 영역에서 '빨리'와 '많이'가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이런 삶은 사람들에게 만성적인 피로감과 소진을 안겨주었고, '조금 느려도 괜찮은 삶'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자급자족은 단지 경제적인 이득을 넘어, 정서적인 안정과 회복의 수단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흙을 만지고, 싹이 트는 과정을 지켜보며 사람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감각을 되찾는다. 직접 만든 음식을 먹고, 거기에 담긴 시간과 노력을 떠올릴 때, 삶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의미를 담은 과정으로 전환된다. 특히 팬데믹 이후 심리적 고립감을 느낀 사람들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안정된 루틴'으로 자급자족을 선택하는 비율이 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자급은 자립을 낳고, 자립은 정신적 회복으로 이어진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생활 방식으로 진화하다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상기후로 작물 생산량이 급감하거나, 전 세계 식량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자급자족은 생존 전략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형 자급자족은 단지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퇴비화, 비닐 포장재 사용을 줄이는 로컬 식재료 사용, 플라스틱 용기 대신 유리병을 활용하는 습관 등은 자급자족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소비 감소'가 아니라,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민 실천의 형태로 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한국형 자급자족은 더 이상 특정 세대나 지역의 유행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를 고려한 책임 있는 삶의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마무리하며

'한국형 자급자족'은 더 이상 일시적인 취미나 유행이 아니다. 도시 구조에 맞게 조정된 실천법, 경제적 불안에 대한 대응, 정서적인 자립, 그리고 환경을 위한 실천이 모두 맞물려 만들어진 필연적인 흐름이다. 이제 자급자족은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전략적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여러분도 지금 이 순간, 작은 화분 하나에서부터 자급자족의 삶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그 시작은 작을 수 있지만, 변화는 생각보다 더 크고 깊게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