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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끼는 5평짜리 실험

careerhigh2 2025. 10. 12. 05:31

서울 한복판, 차 소리와 사람 소리에 하루 종일 둘러싸여 살고 있다 보면 '자연'이라는 단어는 너무 멀게 느껴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 바람 한 줄기, 초록 한 조각을 마주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도 잊고 살기 쉽다. 나 역시 그런 삶을 살아가던 중, 아주 작은 결심 하나를 했다. 단 5평짜리 공간에 자연을 들여보자. 베란다도 아니고 마당도 아닌, 주차 공간 옆의 창고 자리에 작은 자연을 실험처럼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 실험은 단지 식물을 키우는 일이 아니었다. 도심 속에서 내가 자연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경험이었고, 그 과정에서 내 삶의 감각이 얼마나 살아나는지를 직접 체감한 시간이었다. 지금부터 이 '5평짜리 실험'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구체적으로 공유해보려 한다.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끼는 5평짜리 실험


작은 자연을 만들겠다는 결심에서 시작된 실험

모든 것은 '작아도 되니까, 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넓은 텃밭이 아니어도 좋았다. 단지 흙과 식물, 그리고 햇빛을 가까이 두고 싶었다. 내가 선택한 공간은 건물 옆 외부 창고 앞, 가로 2미터, 세로 8미터 정도의 자투리 공간이었다. 햇빛은 하루에 3~4시간 정도 들었고, 바람이 잘 통하지는 않았다. 그야말로 농사에는 최적이 아닌 환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좋았다. 완벽하지 않은 조건 속에서 자연을 회복할 수 있다면, 누구나 어디서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중고 장터에서 나무 파렛트를 구했고, 버려진 목재를 모아 작은 선반을 만들었다. 재활용 화분에 흙을 담고, 바질과 상추, 쪽파, 토마토 모종을 하나씩 심었다. 땅을 파는 대신 바닥 위에 쌓아 올린 수직형 텃밭이었다. 그렇게 '작은 자연'이 도심 한복판에서 조용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매일 30분, 식물을 돌보며 달라진 나의 일상

처음엔 단순한 '취미' 정도로 시작했다. 하지만 식물은 매일의 루틴을 만들어주었고, 그 루틴은 나의 정신을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창을 열어 식물 상태를 확인했고, 퇴근 후에는 어김없이 그 5평짜리 공간으로 향했다. 쪼그려 앉아 흙을 만지고, 시든 잎을 떼어내고, 물을 주는 그 30분 동안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이 하나씩 정리되었다.

핸드폰을 보지 않아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고, 누군가의 소식에 반응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식물과 함께 보내는 이 짧은 시간이 오히려 나를 더 깊이 연결시켜주었다. 도시에서는 모든 게 빠르고 즉각적이다.
하지만 이 작은 텃밭에서는 기다림이 필요했다. 고추가 자라려면 한 달은 걸리고, 토마토가 붉게 익으려면 몇 주가 더 필요했다. 그 기다림 속에서 나는 삶을 더 천천히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자연이 주는 감각, 감정, 그리고 성취

식물은 자라면서 말을 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신호를 보낸다. 햇빛이 부족하면 잎이 늘어지고, 물이 많으면 뿌리가 썩는다. 나는 매일 그 작은 신호를 읽어내려 애썼고, 어느 순간부터는 식물의 상태를 보며 내 감정 상태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짜증이 났던 날은 물을 너무 많이 주기도 했고, 일이 바빠 소홀했던 날은 잎이 축 처져 있기도 했다.

이 텃밭은 일방적인 관리 대상이 아니라, 나와 교류하는 살아있는 존재들이었다. 수확의 기쁨도 크다. 상추 몇 장, 토마토 하나, 바질 잎 몇 개. 그 양은 적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컸다. 이건 마트에서 산 채소와는 전혀 다른 만족감이었다. 내 손으로 직접 키워냈다는 성취감, 그리고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이런 감각은 도심 어디에서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귀한 경험이었다.


5평이 주는 변화는 공간을 넘어 삶의 태도로

이 작은 실험을 통해 나는 단지 채소를 키운 게 아니었다. 도시에서도 자연을 되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고, 그로 인해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 더 이상 자연은 여행을 가야만 만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내가 있는 이곳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내 삶의 태도가 달라졌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음식을 아끼고, 쓰레기를 덜 만들게 되었다. 채소 하나를 키우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지 알게 되었기에, 사소한 것도 함부로 하지 않게 되었다. 자연을 가까이 두면 삶이 간결해지고, 감정이 정돈된다. 이 모든 변화가 단지 5평짜리 공간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었다.


마무리하며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끼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단 5평의 공간이라도, 그 안에 흙과 빛, 물이 있다면 충분하다. 이 작은 실험은 내게 자연을 회복하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동시에 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선물했다.
지금 당신 주변에도 자투리 공간이 있다면, 한번 시도해보자. 시작은 작아도, 그 변화는 분명 삶의 방향을 바꿔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