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집에서의 식생활이 중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식비와 식자재 관리에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매번 장을 볼 때마다 느끼는 식자재 가격의 변동성과 충동구매는 삶의 리듬을 불필요하게 흔들어 놓곤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저는 실내에서 채소를 직접 길러보자는 생각으로 작은 화분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생활 실험은 예상 외의 결과를 가져왔고,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 장보기’만으로도 충분한 식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내가 직접 기른 채소로 식탁을 채우는 삶의 방식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변화 속에서 얻은 생활의 자율성과 심리적 안정감에 대해 나눠보고자 합니다. 장을 덜 보면서도 더 풍성해진 식탁의 비밀, 지금부터 공유해 드릴게요.

일주일에 두 번 장보기의 기준을 세우다
장보는 횟수를 줄인다고 해서 무작정 마트를 가지 않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한 주치 식재료를 한 번에 사려다 실패한 경험도 많았습니다. 채소는 금세 시들고, 과일은 상해 버리기 일쑤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장보기의 ‘빈도’를 줄이기보다 ‘전략’을 세우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가장 먼저 바꾼 것은 냉장고의 구성 방식이었습니다. 기존에는 다양한 재료를 무작정 채워 넣었다면, 지금은 주 2회 장보는 날을 ‘기본 식재료 보충일’로 정해두고 딱 필요한 품목만 사는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예를 들어 쌀, 두부, 계란, 닭고기, 과일 등 내가 직접 생산하기 어려운 재료들만을 목록으로 고정하고, 나머지는 내가 기른 채소로 대체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방식은 식자재를 보다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구입하게 해주었고, 냉장고 정리도 쉬워졌습니다. 무엇보다 식사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스트레스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마트를 뛰어가는 불편함도 사라졌고, 불필요한 소비도 줄어들었습니다.
내가 기른 채소로 채운 식탁의 풍요로움
처음에는 작은 상추 화분 하나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키워본 사람은 알 겁니다. 씨앗 하나가 자라서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되면, 그 잎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를요. 자연스레 먹는 양도 조절되고, 낭비도 줄어들었습니다.
현재 저는 아파트 베란다와 주방 창가를 활용해 상추, 바질, 루꼴라, 쪽파, 깻잎, 청경채 등을 키우고 있습니다. 종류는 단순하지만, 이 채소들만 있어도 한 끼 반찬이나 샐러드, 간단한 볶음 요리를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또한 수확 시기를 분산해두면 매일 똑같은 채소가 아닌, 조금씩 다른 구성을 식탁에 올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추는 한 주에 두 번 정도 수확하고, 바질은 매일 소량씩 잘라 쓰며, 청경채는 한 번에 수확해 데쳐서 나물로 먹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식탁에 직접 기른 채소가 올라올 때마다 가족들과의 대화도 달라졌습니다. “이거 진짜 네가 기른 거야?”라는 반응부터 “마트 것보다 훨씬 향긋하다”는 피드백까지, 단순한 식사가 ‘경험을 나누는 시간’으로 바뀌는 걸 체감하게 됩니다.
내 채소가 식비와 스트레스를 줄여줬다
직접 키운 채소가 주는 경제적 효과는 생각보다 뚜렷했습니다. 매주 구입하던 쌈채소나 허브류, 샐러드용 채소만 제외해도 월평균 4~5만 원 정도의 비용이 줄었습니다. 그 대신 그 돈은 고기나 과일, 유제품처럼 품질 좋은 재료를 사는 데 사용할 수 있었고, 전체적인 식사의 질도 높아졌습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줄었습니다. “오늘은 뭘 해 먹지?”, “반찬 없는데 또 장 봐야 하나?” 같은 고민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간단한 파스타나 비빔밥을 할 때도 내 채소가 있으면 기본 베이스가 만들어지고, 상추나 깻잎 한 장만 있어도 ‘없는 식사’가 아니라 ‘차려진 식사’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없어서 못 먹는 것’보다 ‘있는 것에서 만들어 먹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비 중심의 삶이 아니라, 생산과 활용 중심의 식생활을 경험하게 된 것이죠. 이런 흐름은 결국 더 많은 자율성과 창의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은 채소 자급 라이프
지금은 채소 키우기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매일 아침, 커피 내리기 전에 식물에 물을 주고 잎 상태를 확인하는 게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었습니다. 이 루틴 하나가 하루를 정돈된 느낌으로 시작하게 해주고, 식생활에 대한 주도권을 갖게 합니다.
특히 느낀 건, 이 자급 방식이 삶의 속도와 가치관에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뭐든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효율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기다림 속에서 얻는 안정감’이 얼마나 큰지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채소를 키우며 배운 인내심, 먹을 만큼만 키우고 남기지 않는 습관,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지혜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서 지속가능한 생활의 밑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실천은 환경 보호와 식량 낭비 문제에도 작게나마 기여하는 방법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장보기, 나머지는 내가 기른 채소로’라는 이 구조는 단순한 루틴을 넘어 하나의 삶의 방식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통해 그 가능성을 발견하고,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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