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삶은 편리하지만, 그만큼 의존적인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트가 문을 닫으면 끼니가 막히고, 배달이 지연되면 하루 일과가 흐트러지기도 합니다. 어느 날 문득, 나는 ‘나는 내 삶을 얼마나 자립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그 해답은 의외로 간단한 화분 하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파트 베란다 한 켠, 손바닥만 한 공간에 상추 씨앗을 뿌리는 순간, 단순한 식물 키우기를 넘어 ‘생활 자립’을 향한 첫 발걸음을 떼게 되었습니다. 이 작은 시도가 식생활, 소비 습관, 생활 철학까지 바꾸게 될 줄은 당시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도시 속에서 화분 하나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었던 생활 자립 프로젝트의 실제 경험을 공유해 보려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 작은 변화가 삶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아파트 화분 하나로 시작된 자립의 첫걸음
내가 처음 화분을 들인 이유는 단순했다. 마트에서 산 상추가 금방 시들어버리는 걸 보면서, “그럴 바엔 직접 키워보면 어떨까?”라는 가벼운 호기심 때문이었다.작은 플라스틱 화분에 흙을 담고 상추 씨앗을 심는 데는 큰 노력도 필요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자립’이라는 단어가 조금씩 삶 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물을 주고, 잎이 조금씩 자라는 것을 확인하는 그 과정은 예상보다 뿌듯했고, 어느 날 점심상에 내 손으로 기른 상추가 올라왔을 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자부심이 느껴졌다. 누군가는 이걸 ‘취미’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분명한 건 내 한 끼를 스스로 책임졌다는 감각이 삶에 깊이 박혔다는 것이다.
도시 생활은 대부분 외부 자원에 의존해 구성된다. 하지만 이 작은 화분 하나는 그런 일상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내가 직접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해주었고, 자립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거창하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생활 자립이 바꾼 식생활과 소비 습관
화분에서 시작된 자립의 움직임은 곧 식생활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상추, 쌈채소, 바질, 루꼴라 같은 쉽게 키울 수 있는 작물들을 하나씩 늘려가며, 내 식탁의 구성은 점점 더 내가 직접 키운 것들로 채워졌다. 매 끼니를 준비할 때마다 “오늘은 뭘 수확하지?”라는 설렘이 생겼고, 냉장고를 채우는 방식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마트에서 대량으로 사 두고, 결국 절반 이상은 버리곤 했다. 하지만 직접 기르기 시작한 이후로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먹게 되었고, 덕분에 식재료 낭비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것이 단순한 식재료의 변화가 아니라 소비 습관의 변화라는 걸 인식하게 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마트에 가지 않아도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안정감이었다. 가격 변동이나 품질 걱정에서 자유로워진 이 작은 자립은, 생각보다 훨씬 큰 만족을 안겨주었다. 지금은 마트에 가는 횟수가 확연히 줄었고, 매번 장을 볼 때마다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게 되었다.
도시에서 가능한 미니 자급자족의 현실
많은 사람들이 자급자족을 말하면 ‘시골에 내려가야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직접 해보니, 도시의 아파트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논밭을 일굴 순 없지만, 손바닥만 한 공간에서도 작물은 자란다.
실내 채광이 좋지 않아도 LED 식물등 하나로 대체할 수 있었고, 흙 대신 코코피트나 베란다용 배양토를 활용하면 흙먼지 걱정 없이 깨끗하게 키울 수 있었다. 수경재배나 수직 텃밭 시스템도 검색만 하면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했고, 실제로 나는 중형 책장 하나를 개조해 작은 수직 텃밭을 만들어 쓰고 있다.
이런 시도들이 쌓이면서, 단순한 취미가 아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었고, 생활 자립이라는 단어가 점점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아파트 안에서도, 주어진 조건 안에서 얼마든지 창의적인 방법으로 자급의 형태를 만들 수 있었다. 중요한 건 환경이 아니라 의지와 꾸준함이었다.
화분 하나가 바꾼 삶의 관점과 지속가능성
가장 큰 변화는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식사는 사는 것, 전기는 쓰는 것, 쓰레기는 버리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자립적인 생활을 조금씩 실천해보니, 이런 당연함이 사실은 수많은 선택의 결과라는 걸 알게 되었다.
채소를 키우면서 남은 껍질과 뿌리를 모아 퇴비를 만들어보고, 재배에 쓰이는 물을 줄이기 위해 빗물을 받아보기도 했다. 작지만 실천 가능한 변화들을 하나씩 시도하면서, ‘지속가능한 삶’이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닌, 아주 사소한 선택들의 연속임을 깨달았다.
이제는 단순히 혼자 먹는 채소를 넘어, 주변 사람들과 씨앗을 나누고, 작은 팁을 공유하면서 자립의 가치를 함께 확산시키는 것도 큰 기쁨이 되었다. 누군가는 ‘아파트에서 무슨 자립이냐’고 묻겠지만, 나는 확신한다. 화분 하나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분명히 나를 바꾸었고, 더 넓은 의미의 자립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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