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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딴 채소로 만든 첫 식사의 행복

careerhigh2 2025. 10. 13. 00:12

매일 아침을 바쁘게 시작하던 내게, ‘천천히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한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빵 한 조각과 커피로 대충 때우는 아침, 혹은 아예 생략해버리는 날들이 반복됐다. 하지만 자급자족이라는 생활을 조금씩 실천하면서 내 아침 풍경은 놀랍도록 달라지기 시작했다.
베란다에서 자란 상추와 고추, 쪽파를 손으로 직접 따내어 그날 아침의 식사를 준비하는 경험. 그건 단순히 건강을 위한 한 끼를 넘어,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마음을 다독이는 작고 확실한 행복으로 다가왔다.

이 글은 아침에 직접 수확한 채소로 식사를 차려낸 그 작은 순간이 어떻게 하루 전체를 바꾸고, 삶에 깊은 만족을 안겨주는지를 기록한 이야기이다.

아침에 딴 채소로 만든 첫 식사의 행복


‘채소를 딴다’는 감각이 주는 특별함

아침 햇살이 살짝 비치는 베란다. 아직 공기가 덜 깨어 있는 이른 시간, 나는 조용히 화분 앞으로 다가간다. 매일같이 바라보던 상추는 밤사이 조금 더 자라 있었고, 고추는 어느새 짙은 초록을 띠며 무게감을 더했다.
그날 먹을 만큼만 조심스레 손으로 떼어내는 이 작업은, 생각보다 많은 감각을 깨운다. 손끝의 촉감, 이슬 맺힌 잎의 촉촉함, 향긋한 채소 특유의 내음이 순간순간 나를 깨운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내가 직접 기른 것과 연결된다는 감각’**을 온전히 경험한다. 이것은 마트에서 사온 채소를 씻을 때 느낄 수 없는 생생함이다.
내가 돌본 결과물이 내 아침 식사가 된다는 단순한 연결은,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실감을 준다. 그리고 그 감각은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을 무척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첫 식사의 재료가 ‘내 손에서 왔다’는 만족감

요리를 잘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소박하게 구운 달걀 위에 쪽파를 송송 썰어 올리고, 따온 상추를 그릇에 담고, 고추는 된장에 콕 찍어 곁들인다. 이 간단한 식사는 겉보기엔 특별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매우 깊고 진하다.

마트에서 사온 식재료는 대부분 그 유래를 알 수 없다. 누가 키웠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베란다에서 수확한 채소는 처음 뿌리를 심던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전 과정을 내가 알고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식사는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내 손으로 만든 결과물이자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 된다.

무엇보다 이 아침 식사에는 소비가 아닌 순환의 가치가 담겨 있다. 어제는 물을 주었고, 그 전날은 비료를 섞었고, 며칠 전엔 시든 잎을 따냈다. 그렇게 이어진 시간들이 이 한 접시로 완성되는 것이다.


첫 식사의 행복이 하루를 바꾸는 힘

이렇게 직접 키운 채소로 아침을 시작하면, 하루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우선 마음이 분주하지 않다. 대단한 준비를 한 것도 아닌데, 뭔가 충만한 감정이 차오른다.
그 이유는 이 식사에 내 시간과 애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아침은 시작부터 외부 세계에 휘둘리는 시간이다. 뉴스, 알람, 이메일, 회의. 하지만 이런 식사는 다르다. 외부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준다.
천천히 음식을 씹고, 햇살을 느끼며, 오늘 하루를 어떤 리듬으로 보낼지를 스스로 설계하는 감각. 그건 하루 전체를 내 중심으로 정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었다.

또한 ‘처음 수확한 채소’는 매일 똑같은 것 같지만, 언제나 조금씩 다르다. 잎의 크기, 향, 수분감. 그런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가 지금 이 계절을, 이 시간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되어준다.


작지만 충만한 삶의 기쁨, 자급의 식탁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식사’ 혹은 ‘풍요로운 식사’를 이야기할 때, 다양하고 비싼 재료를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진짜 풍요는 식탁 위 재료의 수나 가격이 아니라, 그 재료에 담긴 나의 시간과 감정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직접 기른 채소를 수확하고, 조용한 아침에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그 짧은 루틴은, 삶을 훨씬 더 단단하고 충만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 작은 경험은, 단지 식사의 즐거움을 넘어 스스로 삶을 돌보고 있는 자립감과 자기 존중감으로 이어진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침이 기다려진다.
이 작은 식사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밝혀줄지,
또 어떤 감각을 느끼게 해줄지 기대하며 일어나는 일상이
이제는 내게 무엇보다 소중한 루틴이 되었다.


마무리하며

아침에 딴 채소로 만든 첫 식사는 단순히 ‘먹는 일’을 넘어선다.
그것은 하루의 방향을 정하고, 삶의 속도를 조절하며, 내 손으로 만든 결과물을 음미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결국, 자신을 돌보고 아끼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 된다.

여러분도 오늘 아침,
작은 잎 하나, 작은 열매 하나를 수확해 식사를 준비해보자.
그 한 끼가 여러분의 하루 전체를 얼마나 다르게 만들어주는지
직접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