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생활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식비’였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오르는 물가에 놀라고, 먹을거리에 투자한 만큼 쓰레기도 함께 늘어가는 현실이 불편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한 달간 ‘미니 농법’을 실천하며 식비를 줄여보자는 작은 실험을 시작하게 되었다. 집에 있는 베란다와 주방 창가, 좁은 틈 공간을 활용해 최소한의 노력과 공간으로 작물을 키우고, 실제로 식탁에 올리는 자급 실천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불과 한 달 만에 식비가 50% 가까이 줄었고, 무엇보다도 직접 키운 작물을 먹는 기쁨과 건강한 식습관이라는 덤까지 얻었다.
이 글은 내가 미니 농법으로 한 달간 어떤 식으로 자급을 실천했고, 실제로 어떻게 식비를 절약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나처럼 자급자족이 막막하게 느껴지는 입문자들에게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방법이 되기를 바란다.

‘미니 농법’의 정의와 준비 과정
미니 농법이란 말 그대로 좁은 공간, 최소한의 자원, 적은 비용으로 실현 가능한 소규모 자급 방식을 뜻한다. 베란다, 창가, 주방 옆, 계단 밑 틈새까지도 농사 공간이 된다.
나는 이 실험을 위해 1평 이하의 공간을 대상으로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다.
- 돈을 거의 쓰지 않을 것
- 키우기 쉬운 작물부터 시작할 것
- 매일 10분 이하로 관리할 수 있을 것
텃밭 준비물은 집에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했다.
다 쓴 우유팩, 페트병, 플라스틱 도시락 용기를 재활용해서 화분을 만들고, 흙은 처음에만 소량 구매 후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해 점차 보충했다.
작물은 쪽파, 상추, 쑥갓, 바질, 대파, 적근대처럼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고 수확 주기가 짧은 작물 위주로 구성했다.
어떤 작물을 키웠고, 얼마나 수확했는가?
실제로 가장 큰 활약을 한 건 쪽파와 상추, 그리고 쑥갓이었다.
쪽파는 파 뿌리를 심어 다시 자라게 하는 ‘재생 채소’ 방식으로 키웠고, 일주일마다 한 줌씩 수확이 가능했다. 상추와 쑥갓은 발아 후 약 2~3주 만에 어린잎 단계에서 수확이 가능했고, 적절히 잘라주면 지속적으로 수확할 수 있었다.
1개월 수확량 예시
- 쪽파 4회 수확: 총 약 300g (국이나 양념용으로 충분)
- 상추 6회 수확: 총 약 20장씩, 총 120장 이상 (쌈채소 및 샐러드)
- 쑥갓 3회 수확: 총 약 250g (된장국, 나물 반찬)
- 바질·적근대: 향신료 및 장식용으로 활용
특히 상추와 쑥갓은 마트에서 유기농 제품으로 구매할 경우 소량에 2~3천 원을 호가하는데, 내가 키운 채소는 한 번 심어 꾸준히 수확 가능했고, 채소 값만으로도 3~4만 원 절약된 셈이었다.
또한 채소를 직접 키우니 보관 문제도 줄고 음식물 쓰레기도 현저히 감소했다. 당일에 먹을 만큼만 딸 수 있으니 채소가 시들어 버리는 일이 사라진 것이다.
식비 절감의 구체적인 변화
본격적인 실험에 앞서, 나는 1개월 치 식비 평균을 정리했다.
보통 1인 기준으로 월 평균 25~28만 원 정도가 식비로 지출되었고, 그중 약 40%가 신선 채소, 과일, 즉석식품 등의 항목이었다.
미니 농법을 실천한 한 달 동안 실제로 식비는 약 13만 원대로 줄었다.
특히 채소류에 대한 지출이 75% 이상 감소했다.
외식 횟수도 줄었는데, 이는 채소 수확을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밥을 선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변화 포인트 요약
- 채소류 지출: 5만 원 → 1만 2천 원
- 외식 및 배달: 주 3회 → 주 1회 이하
-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 약 50% 감소
- 장보기 주기: 주 2회 → 10일에 1회
이 모든 변화는 미니 농법이라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4. 식비 절감 그 이상의 삶의 변화
이 실험을 하면서 느낀 건 단순한 ‘절약’ 이상의 가치였다.
식비를 줄이기 위해 시작했지만, 그 결과로 얻은 건 삶의 리듬과 정서적 안정감, 그리고 작은 성취의 기쁨이었다.
매일 아침 식물 상태를 확인하고, 손으로 만지고, 수확하는 일은 단순하지만 매우 감각적인 경험이었다. 일상을 소비가 아닌 생산으로 채우는 감각, 이 작은 자급의 흐름이 하루의 중심을 만들어주었다.
또한, 소비 중심의 식단에서 벗어나 내가 키운 것을 중심으로 식사하는 방식은 건강한 식습관으로 이어졌다. 가공식품은 줄고, 자연식 위주로 식단이 바뀌었다.
음식에 대한 태도도 바뀌었고, 무엇보다 식물과 연결된 생활은 마음의 번잡함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었다.
마무리하며
미니 농법은 거창하지 않다.
1평도 안 되는 공간, 버려지는 채소 뿌리, 커피 한 잔의 시간만 있어도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실천이 한 달 식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나는 경험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절약이 아니다.
내 손으로 만든 것을 먹는 삶, 그 삶이야말로 자립과 만족을 동시에 안겨주는 진짜 자급의 길이다.
혹시 식비가 부담스럽다면, 혹은 반복되는 소비 패턴에 회의감이 든다면
당신도 오늘부터 미니 농법을 실천해보길 추천한다.
가장 작은 텃밭이, 가장 큰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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